
지난 7일, 통일교 고위 간부였던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이 더불어민주당 정치인 여러 명에게 금전적 지원을 했다는 진술 사실이 드러났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 진술이 이미 8월에 특검팀에 전달되었다는 점이다. 특검팀은 지난 8월부터 통일교 관련 금품수수 의혹으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했다. 같은 시기, 같은 증인으로부터 여당 정치인들에 대한 금품수수 진술을 확보했음에도 불구하고, 특검팀은 여당 인사에 대해서는 아무런 수사도 진행하지 않았다. 특검은 지금까지도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않고 "특검 대상이 아니다"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대상이 아니라면 왜 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해당 사건을 다른 수사기관에 이첩하지 않았는가? 이는 궁색한 변명에 불과하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은 전직 법사 전성배를 통해 김건희 여사에게 청탁과 함께 금품을 전달한 혐의로 구속기소되어 있다. 민중기 특검은 권성동 의원에 대해 2022년 1월 5일자 윤 전 본부장 다이어리의 "권성동, 1억 서포트, 여의도 중식당"이라는 메모, 권 의원이 수신한 "후보님을 위해 잘 써달라"는 문자, 현금 1억 원 사진 등을 근거로 체포동의안을 발부받아 수사 중이다. 그런데 윤 전 본부장은 지난 5일 자신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재판에서 중요한 증언을 했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국민의힘보다 민주당과 가까웠다. (당시엔) 거기가 정권이었다"며 "현 정부의 장관급 인사 등 4명과 국회의원 리스트를 (특검팀에) 말했다"고 밝힌 것이다.
지난 7일 보도에 따르면, 윤 전 본부장은 민주당 정치인 15명에게 현금뿐만 아니라 공식 정치후원금, 출판기념회 책 구매 등 다양한 방식으로 금전적 지원을 했다고 진술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 시절 전·현직 장관급 2명에게는 수천만 원의 현금을 직접 전달했다고 한다. 이 현금 전달은 통일교 최고위급 보고 시스템인 '한학자 특별 보고'에도 포함되었으며, 경기도 가평군 청평을 방문해 한학자 총재를 직접 만나 돈을 전달받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권성동 의원 사건과 동일한 구조이자 동일한 자금 흐름인 것이다.
특검팀의 편파 수사 논란은 이제 불가피해 보인다. 수사 방식이 여야에 따라 극명하게 달랐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에 대해서는 정식 진술조서를 작성하고 강제수사를 진행하며 체포동의안까지 발부했지만,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에 대해서는 진술조서조차 작성하지 않고 수사보고 형태로만 기록했을 뿐 강제수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민주당 관련 진술은 법적 효력이 있는 '진술조서'가 아닌 단순 '수사보고' 형태로만 남아 있다. 특검팀이 별도로 진술조서를 남기지 않은 것은 애초부터 이 사건을 직접 수사할 계획이 없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특검팀은 "민주당 지원 진술은 특검법상 수사 대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김건희 특검법이 김건희·윤석열·명태균·전직 법사 관련 범죄만 대상으로 하며, 2022년 대선 이전 시기라서 특검 수사 범위 밖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내사번호만 부여하고 사건을 기록화한 뒤 "향후 수사기관에 인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법리적으로도 설득력이 없는 변명이다. 특검법에는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범죄행위'도 수사 대상에 명시되어 있다. 게다가 이 사건은 동일 인물(윤영호), 동일 자금(통일교 정치자금), 동일 범죄 유형(정치자금법·청탁금지법 위반), 동일 청탁 구조(종교단체의 정치권 로비)라는 점에서 명백히 관련 범죄에 해당한다. 인지 범죄 원칙상 충분히 확장 수사가 가능한 사안이다. 그럼에도 민주당 건은 조서도 없이 봉인했고, 권성동 건은 체포동의안까지 직행했다. 이것이 편파 수사가 아니면 무엇인가? 더욱이 특검이 정말로 관할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면, 왜 즉시 이첩하지 않았는가? 8월에 진술을 받고 12월까지 4개월간 방치한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통일교 정치자금 의혹은 이제 더 이상 특정 정당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권 전반의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누구든 예외 없이 같은 기준으로 수사되어야 한다. 특검팀은 편파 수사에 대해 명확히 사과하라. 그리고 직접 수사하지 못할 것 같으면 지체 없이 국가수사본부 혹은 공수처 등 독립된 수사기관에 신속히 이첩하고, 그 경위를 투명하게 공개하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권성동 의원과 자당 인사 의혹에 대해 수사기관의 수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수사기관은 정치적 계산 없이 성역 없는 수사를 진행하길 바란다.
2025년 12월 10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